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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노는 것/내가 보는 것

존 카메론 미첼 내한 콘서트 후기 <The Origin of Love> Tour



존 카메론 미첼 콘서트를 다녀왔다

정말x100 좋아하는 영화 헤드윅의 연출이자 주연인 존 카메론 미첼의 내한 콘서트가 열렸다. 이번 내한은 11년 만의 콘서트인데, 헤드윅 뮤지컬을 보려던 올해의 목표에서 방향만 조금 틀어서, 그의 콘서트를 다녀왔다.



영화 헤드윅은 불편해보일 수 있는 영화다. 

동성애자, 여장을 한 남자, 록스타를 따라다니는 스토커. 불편해보이는 모습이지만, 들여다보면 헤드윅이라는 영화는 자신의 잃어버린 반쪽을 찾으려는, 마침내 자아를 찾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영화를 보면서 나라는 사람 자체가 있는 그대로 사랑받을 순 없을까, 내가 누군가의 기준에 맞춰져야만 사랑받을 수 있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고, 나중에는 '나는 그 자체로 완벽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주제의식과 더불어 음악도 무척 훌륭하다. 어떤 점이 좋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가사도 매력도 충만하다. (주제가인 'The Origin of Love'는 플라톤의 향연을 바탕으로 한 곡이라고 한다.)



보러가기까지의 준비

미첼이 내한한다는 소식에 나는 너무 들떠서 친구에게 가자고 했고, 티켓 오픈 시간을 기다리고 예매를 해서 마침내 가게 됐다. 10월 6일 토요일, 10월 7일 일요일까지 두번을 보게 됐다.(그의 공연 3일 중 이틀을 본다니...!) 이 날만을 기다리며 기다리고, 영화를 돌려보고 가사를 외우고, 친구랑 코인노래방가서 노래부르고...!


너무 아쉬운 건,

이런 콘서트에 가면 굿즈사는 재미가 있어야 하는데, 금요일에 굿즈 다 풀어버리고 나머지 날에는 살 수도 없게 해버리면... 손거울이랑 파우치빼고 다 품절되는 게 말이 되나 싶은데...(그 와중에 파우치 삼) 다음에는 꼭 3일로 나눠서 굿즈 풀어주세요(꼬옥...!!) 포스터는 정말 가지고 싶은데 못 사잖아요...(제작자분들이 꼭 봐주시면 좋겠다...)





설렘 X 100

드디어 들어가는데 설렘 긴장...!! 엄청 떨렸다. 진짜로 내가 헤드윅을 보러 가다니... 하면서. 들어가기 전까지 일행이랑 사진찍고 거의 마지막까지 기다렸다가 들어갔다. 




공연 후기


공연은 너무 즐거웠다. 일단은 지정석이어서 다들 앉아서 공연을 보는 분위기라 방방 뛰거나 하지는 않았다. 그게 좀 아쉬웠지만 Sugar Daddy같은 스타일의 노래가 나오면 자리에서 서서 박수치는 분위기가 형성되기도 했다. 


공연 두 번을 보면서, 어떤 점이 시나리오로 짜여진 부분인지 궁금했는데 관객을 웃길 수 있는 포인트가 정해져 있다는 걸 알게 됐다. (같은 공연을 두 번 본 적이 없어서 궁금했다.) 카스를 처음 맛보고 뱉는 장면이라던지, 관객의 웃음을 부를 수 있는 장면들이 겹쳤는데, 관객 반응에 따라 조금 달라진 걸 알게 되서 신기했다. 뭐 가령 존이 탯줄, 아기 등의 단어를 사용한다던지 하는 것들. 그러면서 이 단어가 맞나요? 그렇게 물어보는 것들이 친절하게 느껴졌다. 다른 문화에 대해 존중하는 느낌이 들었다고 해야하나.


공연 중에서 너무 부러웠던 건...! 

1. 토/일요일 공연 모두 존이 1층 객석을 뛰어다니면서 손 쳐주는 거

2. 일요일 공연에서 속눈썹 떨어졌는데 관객이 받아간 거...! 존 속눈썹 나도 가지고 싶었는데, 나는 속눈썹 받으면 존이 말한 것처럼 그의 유전자를 가지게 되는 거니까 속눈썹통 만들어서 소중하게 간직할텐데...! (부럽다...)

3. 내가 1층에 있으면 사진을 잘 찍어줄 수 있을텐데...!(기본적으로는 사진 찍으면 안 되는데, 일요일 공연에서 존이 어머니께 보여드리게 공연사진을 찍어서 인스타그램으로 보내달라고 했다)


재밌었던 건

1. 존이 공연중에 힘들어하면서, "I'm old"하면서 자기보다 나이많은 사람있냐고. 물어봤는데, 여든이신 분이 계셨던 거

2. 존이 궁금한 거 있으면 물어보라고 했는데, 어떤 분이 왜 가발이 흰색이냐고 했더니, 내가 나이들어서 그렇다고ㅋㅋㅋ(존은 계속 나이들었다고 하나봄ㅋㅋㅋ)

3. 그 외의 여러 행동들(ex. 존이 섬집'엄마'라고 부르는 거라던지)


토요일 공연에는 존을 보러 오만석이 왔는데, 존이 그를 무대로 불렀다. 그래서 둘이 같이 섬집아기랑 The Origin of Love를 불렀고, 오만석한테 10달러 주라고 그랬는데. 진짜 관객이 만원을 줬다...! 그 장면이 너무 웃겨서 일요일 공연에는 어떨지 궁금했는데, 일요일 공연에는 다른 게스트가 없었던 만큼, 존이 섬집아기 부르고, 앰버 마틴이랑 다른 노래를 같이 불렀다...! 


전체적으로, 내가 영화에서만 듣던 노래를 실제로, 듣는다는 게 너무 신기했다. 한국 사람도 아니고 외국 사람에서 한 공간에서 같은 공기를 마시고 숨을 쉰다는 게 너무 신기한 느낌이었다. 그의 열정적인 모습, 한국어를 공부해서 꽃밭에서/섬집아기를 부르는 장면에서는 너무 더 멋있어보였고, 감동적이었다. 또, 헤드윅을 만들게 된 배경을 알게 되면서 영화에 대해서 더 잘 이해하게 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동시에, 풍부한 배경지식이 바탕으로 창작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이번에는 11년만에 한국에 온 건데, 또 내년이나 내후년이나 또 오게 된다면 또 보고 싶다.